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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외주 직원은 보호 대상 아니다? 종편 성추행 사건이 드러낸 법의 사각지대

by 패가망신 2026.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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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주 직원은 보호 대상 아니다? 종편 성추행 사건이 드러낸 법의 사각지대

권력 앞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그날

 

하루를 마무리하며 뉴스를 접하다 보면, 분노와 허탈함이 동시에 밀려오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번 종합편성채널 간부 성추행 논란 역시 많은 분들의 마음을 무겁게 만든 사건이었습니다. 방송계라는 화려해 보이는 공간 이면에서, 외주 직원이라는 이유만으로 한 개인이 얼마나 무력한 존재가 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문제의 사건은 지난해 여름, 방송사 관계자들이 함께한 회식 자리에서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종편 채널의 50대 부장급 간부는 외주업체 직원의 옷 안으로 손을 넣는 행동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피해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앞에서는 웃고 농담을 주고받는 분위기였기에 주변 누구도 그런 행동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순간 느꼈을 수치심과 공포는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외주 직원이라는 위치, 그리고 이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피해자는 그 자리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권력 관계가 만들어낸 침묵이었습니다.

 

“술에 취해 기억이 없다” 반복되는 변명

 

더 큰 문제는 시간이 지나서도 상황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회식 이후 몇 달이 흐른 뒤, 퇴근길에서 다시 마주친 가해자는 술을 마시자며 접근했고, 이를 거부하는 피해자를 끌어안거나 얼굴과 손에 입을 맞추는 등 추행을 반복했다는 진술이 나왔습니다.

 

피해자가 분명하게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집 앞까지 가겠다거나 2차를 가자며 집요하게 따라붙었다는 대목은 단순한 실수가 아닌 반복적 행위였음을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가해자는 문제 제기 이후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핵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을 꺼냈다고 합니다.

 

술에 취해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해명은, 성추행 사건에서 너무도 익숙하게 반복되어 온 변명입니다. 그러나 피해자에게는 평생 지워지지 않을 기억이 남았다는 점에서, 이러한 해명은 또 다른 상처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외주 직원이라는 이유로 외면당한 법

 

이 사건이 더욱 씁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피해자를 보호해 줄 제도적 장치가 사실상 없다는 현실 때문입니다. 피해자는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뒤, 회사 차원의 조치와 보호를 기대하며 고용노동부에도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냉정했습니다. 외주업체 소속 직원이기 때문에 현행법상 ‘직장 내 성희롱’이나 ‘직장 내 괴롭힘’으로 처리하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일하고, 실질적으로 업무 연관성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소속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법의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한 개인의 불운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닙니다. 방송 현장을 비롯해 많은 산업 현장에서 외주·하청 노동자들은 사실상 동일한 조직처럼 일하고 있지만, 문제 발생 시에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사건이 남긴 질문

 

논란이 커지자 방송사는 해당 간부를 대기발령 조치하고, 내부 규정에 따라 엄중히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경찰 역시 CCTV 확보와 소환 조사를 통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은 여전히 묻고 있습니다. 이런 조치만으로 충분한 것인지, 그리고 외주 직원이라는 이유로 반복되어 온 침묵과 방치의 구조를 언제까지 그대로 두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입니다.

 

이번 사건은 개인의 일탈을 넘어,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한 권력형 갑질과 제도적 허점을 다시 한번 드러냈습니다. 술은 결코 면죄부가 될 수 없으며, 소속이 다르다는 이유로 인권 침해가 외면되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철저한 수사와 함께, 외주 노동자 역시 동등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반드시 뒤따르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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